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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할 결심, 내 얘기인가 하고 본 방구석 1인, 야식 추천, 인생아귀찜

예전의 나는 남편과 육아를 위해 미용실에서 머리를 밀었다.

나는 엄마가 되기 전에도 아주 오래전부터 아이들을 좋아했다. 작고 귀여운 아이들을 보고 있으면 근심걱정이 사라지고 웃게 해주고 싶은 생각이 절로 든다. 한때 '아빠어디가'나 '슈퍼맨이 돌아왔다' 같은 육아 예능이 유행하던 시절이 있었다. 내가 20대 초반이었을 무렵이었나 벌써 10년 전이다. 나는 사랑이도 물론 귀여웠고 삼둥이도 신기했지만 동상이몽에 나오던 정대세 명서현 부부의 두 아이들이 특히 마음이 갔다. 두 아이의 이름이 엄마, 아빠의 이름을 한글자씩 따서 지었다는 이야기도 뭉클했고 타국에서 아이들을 키우며 얼마나 고생일까 하는 우려와 아이들이 너무 잘자라는 모습에서 잘 살고 있겠구나 하고 안도하곤 했다. 세상에는 다양한 형태의 가족들이 존재하고 나는 주류에 가까운 사람이 아니어서인지 TV를 시청하면서도 행복하길 바라는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그 사람들이 안타까운 이야기로 다시 TV에 등장할 때 마음이 쿵 내려앉는 것만 같다. 

인생아구찜 육퇴후 늦은 저녁, 보통맛보다는 매운맛이 꿀맛

첫째 연이는 수면교육이 안되었는데 둘째 꼼이가 혼자 잘자게 되면서 안하던 야식을 하게 되었다. 육퇴 후에 먹는 야식은 정말 꿀맛이다. 우리는 서로 얘기를 많이 나누는 편은 아니어서 각자 핸드폰으로 보고 싶은 걸 보면서 먹는데 어느날 내 유튜브 알고리즘에 정대세 명서현 부부가 등장했다. 처음에는 이혼 후를 다루는 프로그램으로 착각해서 아 결국 이혼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안타까웠다. 그런데 보다보니 이혼을 했다기에는 뭔가 이상해서 보던 걸 다시보니 이혼을 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이었다.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고 이게 마지막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면서 나의 지난날이 떠올랐다.

꼼이의 베이비마사지 문화센터 수강날, 이후로 남편이 아이들을 대하는 모습이 기대보다 더 능동적으로 변하면서 사이가 전보다 좋아졌다.

나는 누군가 나에게 결혼을 추천하냐고 물으면 추천하지 않는다고 얘기해주련다. 내가 아이를 키우면서 느꼈던 건 내가 사랑했던 사람이 내가 궁지에 몰렸을 때 내편이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혼자 감당해야했던 육아의 어려움보다 내가 도움을 청할 단 한사람이 나를 외면했다는 사실이 더 견디기 힘들었다. 나는 도와달라고 이야기를 해야 하는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았고 도와달라고 했지만 남편은 말투가 거슬린다며 날을 세우고 거칠게 대했다. 내가 사랑하던 사람이 맞나 의심이 들기도 했다. 내가 전업주부로 살지 않기를 각오했던 이유이다. 

갈매기들이 강아지처럼 다가오던 보령의 독산해변, 뜨거웠던 한여름의 바다

나는 아이를 키우는 일이 힘들지 않았던 건 아니지만 내가 꼭 하고 싶었던 일이고 너무 보람차서 후회는 생각도 안해봤다. 다만 결혼이라는 과정을 통해 엄마가 되어야하는 것이 불합리한 면이 있다고 생각한다. 육아보다는 결혼 생활이 더 힘든 것이다. 입장을 바꿔서 생각해보면 남편도 아마 그렇지 않을까. 가정이라는 울타리에서 벗어나 내 가정을 이루고 아이들을 케어하는 것을 모토로 살아가다보면 많은 것을 포기해야 한다. 사실 포기라는 것도 말이 안된다고 생각한다. 내가 더 이상 그것을 하지 않을 뿐이다. 하지만 누군가는 자기가 하고 싶은 걸 포기해야한다고 강하게 느끼기도 하겠다. 그러한 상황에서 내 배우자는 내 손과 발이 아니므로, 서로 어떤 일을 먼저 할지 항상 의논하고 상의해야하고 기분이 상하게 하면 안된다. 나는 배우자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면 기분을 상하지 않게 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여기서 오는 괴리감이 있다. 그건 아마도 아이가 엄마의 몸을 통해서 태어나고 여성의 신체가 많이 약해지고 호르몬의 변화로 감정조절이 잘 되지 않기 때문에 보호받고 싶은 본능이 있기 때문일거다. 하지만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으로서는 그냥 며칠 쉬면 낫는 정도로 생각하는 것 같다. 아이는 보살핌을 필요로 하고 나는 아이 옆을 떠나지 못하고 하루종일 아이를 돌봐야 한다. 나를 도와줄 사람은 퇴근후에 집으로 돌아오는 남편밖에 없다.

내가 좋아하던, 지금은 없어진 아이보리페퍼

내가 원했던 건 '나 아기보고 화장실도 못가고 너무 힘들었어.' 라는 말에 '그래 오늘도 고생많았어. 나는 귀여운 모습만 보는데 오늘 혼자서 아기 케어하느라 밥도 못 챙겨 먹고 너무 힘들었겠다.' 라는 대답이었다. 그러나 돌아오는 대답은 '나도 오늘 회사에서 힘들었어. 너만 힘드냐. 회사 생활은 쉬운 줄 알아?' 라는 불만이었다. 내 힘듦을 인정해주고 위로해주길 기다린 나는 누구에게 말도 못하고 속으로 앓았다. '그래 나만 애키우는 거 아니고 다들 하는 일이니까 칭찬받을 일도 아니고 내가 내 아이를 키우는 건데.. 그래 마지막 순간에도 내 편을 들어주는 건 나라는 한사람만 있으면 돼. 힘들다고 생각하지 말고 버티자.' 그런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보냈다.

 

이혼할 결심에 정대세 명서현 부부가 상담을 받는 부분이 나오는데 고부갈등이 심해서 우울증을 겪었다고 한다. 상담사는 정대세 편을 들면서 아내가 완벽주의 성향이 있어서 고쳐야겠다고 조언하며 시댁과는 만나지 않는 것이 좋겠다고 한다. 여기서 오랫동안 생각이 머물렀다. 상담사는 왜 그랬던걸까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나와 같은 상황에 놓인 저 사람의 심정을 모르는 척 하는 것 같았다. 너무 냉정해보였다. 곰곰히 생각해보니 회피형인 정대세에게 칭찬을 해주지 않으면 귀를 열지 않을 것 같았던 게 아닐까 하는 추측, 아이를 키우면서 힘들었던 건 지나간 과거여서 아직까지도 원망을 가지고 있으면 결국 아내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깊은 생각에 그렇게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명서현은 결국 집에서 나와 연락없이 친구에게로 향한다. 마음깊이 위로해줄 사람이 있어서 다행이다.

 

이번화에서는 정대세가 형을 만나 이야기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보면서 진심으로 감동했다. 정대세의 형은 고부갈등이 해결될 거라고 생각하지 말라고 말하면서 '너는 본가에 아들로 온거지 서현이 남편으로 온 게 아니다. 거기서부터 잘못이 시작됐다.' 라고 얘기하면서 모든 상황을 통찰했다. 내가 바라는 것도 똑같다. 나는 시부모님이 내 편이길 바라지 않는다. 자라온 환경이 다르고 성인이 되어 만난 사이에 살아오던 방식을 갑자기 바꾸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다만 아들의 배우자로서 내가 상처받을 만한 이야기는 나에게 하지 않으셨으면 하는 마음을 남편이 자신의 표현으로 말해줬으면 좋겠다. 나는 그런 대우를 받아야하는 사람이고 자격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사랑받고 자란 사람만 귀한 것이 아니고 모든 사람이 그 자체로 귀한 것임을 아이를 키워보면 안다. 내 아이가 귀하듯 남의 아이도 귀하다. 더군다나 내가 키운 내 아이가 선택한 사람이라면 내 마음에 드는지는 중요한 기준이 아니다. 나도 시댁에 갈 때마다 매번 숨을 크게 쉬며 말을 삼키고 가다듬는다. 내 배우자의 부모님이기 때문에 옳지 못한 이야기를 들어도 받아치지 않는 것이다. 할말이 없는 것이 아니다.

 

정대세의 형을 보면서 일본어를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처음으로 들었다. 너무 말을 멋있게 하고 다른 사람의 입장을 잘 이해하는 모습에서 한국의 고부갈등이 한국에 국한된 것만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면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더 깊은 얘기를 나누고 싶었다. 내 안에 치유되지 않는 말은 시어머니가 연이가 아빠를 닮았고 너를 닮으면 안된다며 인생이 안핀다고 하셨던 말이다. 나는 내 귀를 의심했다. 헛들은 것이라 생각했지만 사실이었고 멍해져서 아무런 대꾸도 하지 못했다. 돌아와서 남편에게 얘기했더니 남편은 어머니가 그럴리가 없다고 말했고, 전화해서 확인해보라고 하자 어머니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하셨다. 나는 성공하겠다는 마음이 더 커졌다. 그리고 시댁과 사이좋게 지내려는 생각은 단념했다.

지금도 나를 닮았다는 얘기에 마음이 울컥해지는, 나의 분신, 나의 사랑하는 아기

혹시나 나처럼 잘못된 관계로 괴로워하시는 분들이 있다면 더 힘들어하지 마시고 관계를 단절하시라고 조언하고 싶다. 내가 어찌할 수 없는 관계도 있다. 더 잘해주고 나를 희생하고 더 잘보이려고 애쓸수록 내 마음이 곪아서 낫지 않는다. 사람 사이에 안보이는 벽이 있을 때가 있는 것 같다. 그동안 참아내시느라 너무 잘하셨고 더 좋은 관계를 만나시길 진심으로 바란다. 상담을 받는 것이 필요할 때가 있고 의사의 조언에 따라 약을 복용하시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홧병이라는 용어가 태어난 나라이다. 화가 병으로 이어지기 전에 화딱지에서 상처가 더 덧나지 않도록 마음을 다잡으시길.

끝으로 오늘도 힘겨운 육아에 애쓰시는 엄마, 아빠들 정말 수고하고 계시고 조금 지나면 덜 힘들어질 시간이니 지혜롭게 잘 이어가시고 부부끼리의 시간도 꼭 보내셨으면 좋겠다. 육퇴후에 맛있는 음식과 맥주 한잔 하시면서 피로를 푸시고 푹 주무시길! 부부끼리 대화가 힘들다면 <소중한 사람을 소중하게 대하는 법> 이라는 책을 추천한다. 글밥이 많지 않고 그림으로 쉽게 설명되어있어 읽기 편하다.